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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2013. 11. 22. 00:27 | Posted by 이 재용

보통은 꿈을 전혀 꾸지 않는다.

누우면 바로 잠들어 버리고, 깨우면 벌떡 일어나는 스타일이라 아마도 꿈을 꾸겠지만 기억하는 일이 거의 없다. 아주아주 드물게 일어나서 꿈이 기억나는 경우가 몇 번 정도는 있었지만 정말 드문 일이다.


그런데 얼마전 요로 결석 이후에 의식적으로 물을 많이 먹다보니, 밤에 자다가 (화장실 가기 위해) 간혹 깨는 경우도 생기고 무언가 자면서 꿈 비슷한 것을 꾸기도 한다. 잠에서 깨면 기억이 없긴 하지만 자면서 무언가 계속 상황에서 내가 움직이고 생각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피곤하기만 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 한 것 같아 좀 불만스러웠다.


그런데 오늘 꿈 속에서 너무 그리운 분을 봤다.

우리 아버지.

돌아가신지 10년 조금 넘었는데, 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줄지를 않는다.

특히 힘든 일이 있을 때나, 누군가에게 간절히 매달리고 싶을 때, 나는 언제나 아버지를 찾는데, 어떤 때는 정말 힘들어서 '꼭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꿈에서라도 좋으니까, 아버지 품에 안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가족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화장실에서 엉엉 울 때도 있었다. 


다른 식구들 꿈에는 간혹 나타나시기도 해서, 식구들이 모였을 때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전혀 꿈을 꾸지 않는 스타일의 잠을 자는 나로서는 부럽기만 했다. 그런 아버지를 오늘 만났다.


베이지색 잠바를 입은 채, 나를 향해 편안히 웃으시는데,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꿈 속에서 미처 가서 안아 보려는 생각을 못 한 것이 너무 후회되긴 하지만, 가까이서 나를 보시며 웃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너무 반갑고 좋아서 막 울었다. 꿈 속에서 울다가 잠이 깼는데, 일어나보니 실제로 내가 울고 있었던 것처럼 눈에 눈물이 가득차 넘쳐 흘렀다.


또 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지만, 너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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