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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게 만들자 1

2009. 7. 13. 14:55 | Posted by 이 재용

불편하게 만들자 1 (2004-6-10)

많은 User Interface Designer들이 ‘편리하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늘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초보 사용성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쓰기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구호에 너무 고취된 나머지, 자신들이 사용하기에 조금만 불편하다 싶으면, 잘못 디자인되었다고 투덜거린다. 그것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그렇게 디자인된 것이라는 설명을 들어도,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사용자’에게 맞추지 않았다고 불평한다.

예를 들어 문 손잡이를 생각해 보자. 문 손잡이는 당연히 문이 어떻게 열릴 것인가(밀어야 열리는지, 당겨야 열리는지, 미닫이인지, 자동인지, 수동인지 등)에 대한 직관적인 암시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밀어야 될 문을 당겨 보는 등 수고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꾸 반복되는 실수 앞에서 건물 주인은 “미시오” 혹은 “당기세요” 등의 문구를 커다랗게 써서 붙일 수 밖에 없게 된다.


물론 여건이 허락된다면야 어느 방향에서든 밀어서 열리는 문이 보통의 경우에는 편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여건이 되는 상황도 드물고, 그에 따른 재료비도 생각을 해야 하므로 언제나 그렇게 만드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그런데 예전에 우연한 기회로 은행에 동행했던 한 사용성 전문가는 은행에서 자기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불평하였다. 바깥으로 나가려는데 항상 문을 당겨야만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 때문에 불편해 하고 있었다. 들어오기는 쉬운데 나가기는 불편하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은행 문은 나가기가 조금은 불편해야 한다. 순간적으로 돈을 낚아채 튀는 소매치기를 순발력 느린 청원 경찰이 잡을 수 있는 기회도 그 뿐이다. 흉기로 위협하고 챙긴 현금 다발을 놓칠 수 있는 기회도 뜻대로 쉽게 열리지 않는 이 문 때문일 수 있다. 실제로 손실(평상시 사람들이 겪는 불편)과 이익(비상시 확보될 수 있는 안전)을 빈도와 가중치로 비교했을 때 과연 이렇게 만드는 것이 적절하냐는 것은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판단할 일이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소위 사용성 전문가를 자처하는 초보자들이 조금만 불편하거나 자기가 알고 있는 원칙에 어긋나면 쉽게 빨간 지시선을 쭉 빼내어 불편하다고 파워포인트를 만드는 우리(나 자신 포함)를 되돌아 보자는 것이다. 그것을 개발한 사람의 깊은 속은 알지도 못 한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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