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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야 반말

2013. 12. 26. 02:10 | Posted by 이 재용

50-60대 아저씨가 대뜸 젊은 여종업원에게 '언니야, 물수건 좀 가져온나'라고 말하면 내 동석자이든 옆테이블 낯선이든, 듣는 내가 기분이 나쁘다. 아무리 종업원이라도, 또 나이 차이가 확연히 나더라도, 반말을 쓰는 것도 안 좋은데, 거기다가 저 이상한 호칭까지 변태스럽다. 그러나 한 번도 입밖으로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일때, 나는 내가 서른, 마흔이 되더라도, 어린 아이들을 만나면 절대 처음부터 반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존대말과 반말의 구분은 나이차이가 아니라 상대방의 허락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때는 '권위'라면 몸서리치게 싫었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그 때 신념으로 삼은 것 중에 절대 직장 동료에게 반말하지 않기, 아내에게 반말하지 않기가 포함된다. 

직장 동료에게 / 아내에게 반말하지 않기는 지금까지 그럭저럭 지키고 있지만(물론 간혹 반말이 섞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반말하지 않기는 전혀 지키지 못 하고 있다. 큰아들/작은아들의 친구를 만나면 처음부터 반말을 한다. 아주 초기에 한 두번 존대말을 해 봤는데, 말하는 나도, 듣는 아이도 너무 이상하고... 좀 변태스럽다. 20대 때에 간혹 아이들에게 존대말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40대에는 정말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포기했다. 포기와 동시에, 더 이상 50-60대 아저씨들의 '언니야' 반말도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그 나이가 되면,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나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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