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이 재용

태그목록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

교수 생활

2012. 8. 6. 21:14 | Posted by 이 재용

[2002-3-13작성]

교수생활


이라고 제목을 붙이려니... 제목이 마치 에로 비됴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데...

 

지난 주부터 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생활을 하고 있다. 겸임 교수래봐야 일주일에 하루 나가서 강의하는 것이 고작이니, 시간 강사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학교 쪽 강사료 라는 것이 꽤나 싼데, 다행히 내 경우는 정보통신부 지원 자금을 받게 선정이 되어서, 매달 학교와 정부로부터 돈을 받는다.

 

인터넷*미디어 학부의 멀티미디어 전공 학생들에게 2학년 전공 필수 과목인 멀티미디어 개론 수업이다. 따라서 학생들의 첫 전공 개론 수업이니까 과에서 무척 중요한 과목을 맡은 셈이다. 물론 학생들이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건국대학교는 우리 집에서 7호선으로 바로 연결이 되니까 교통도 편한 편이고, 주차장을 제공하니까 차로 가기도 편하다(그냥 강북 강변을 따라 쭉 가면 되니까...) 학과는 좀 낡은 건물에 위치하지만, 내가 가르치는 강의실이 있는 건물은 '새천년관'이라 불리는 꽤 현대식 빌딩(!)이고, 그 앞으로 넓은 호수가 펼쳐져서 참 마음에 드는 캠퍼스다.

 

수업은 수요일 1시간, 금요일 2 시간인데, 겸임 교수는 3시간 연강을 하지 못 하게 규정되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수요일 수업을 없애고, 금요일날 3시간을 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내가 수업 들을 때 어떤 교수가 이런 식으로 시간표에 없는 수업 통폐합을 첫 시간에 발표했는데, 그 사람도 그런 편법을 부린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간표가 꽉 짜여진 학샏들 입장에선 참 싫은 일이었다. 물론 나야 한 번이라도 덜 간다면 좋은 것이었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니, '교수의 입장'과 '학생의 입장'이 참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를 졸업한지 오래 되었고, 또 마지막 학교 생활이었던 유학 생활은 한 번도 교수와 학생의 차이를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년 수업료가 3천만원이고, 내 생활비까지 생각해 보면 한 과목당 수강비가 적게는 15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인 셈이었으니, 내가 어찌 한 번에 20만원짜리 수업을 빠질 생각을 하겠는가? 학생들도 당연히, 수업의 양과 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할 때 보면, 이건 소비자로서의 권리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인우드에서 경영자 생활을 하면서, 예전에 노동자로서 느끼지 못 했던 것을 정말 많이 느꼈던 것처럼, 지금 건국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면서 이런 차이를 많이 느끼게 된다. 처음 강의 계획서를 마련해서 학과장을 만났을 때, 대학 선배이기도 한 그 교수가 한 말이, 유학에서 막 돌아온 사람들은 자기들 학교 다닐 때 생각은 안 하고, 유학 생활만 생각해서 너무 의욕이 앞선다는 것이다. 느낀 바가 참 컸다. 그래서 강의 계획도 엄청난 수정을 기했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싫어했던 교수를 생각해 보면, 0. 첫날 첫시간 수업하는 교수, 1. 시험도 보고 리포트도 내라고 하는 교수 2. 출석 꼬박꼬박 부르는 교수, 3. 과 MT나 뭐 이런 행사에도 절대 수업 안 빼주는 교수, 4. 수업 휴강하면 기분 좋게 할 것이지 꼭 토요일날 보강하는 교수, 5. 성적 짜게 주는 교수 등등이다.

 

그런데, 내 계획을 보면 시험도 리포트도 있고, 출석도 꼬박꼬박 부르며, 4월 둘째주에 휴강 예정인데, 보강을 할 생각이다. 첫 날 첫 시간은 지난 수요일이었는데, 과목의 개요 등을 소개하며 3-40분을 떠들었던 것 같으니 거의 수업 한 것과 다름이 없다. 가르쳐야 할 내용을 생각해 보면 한 시간 한 시간이 바쁘다.

 

그런데 오늘 과대표라는 학생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주 금요일날 과 MT를 가는데, 수업을 빼달라는 전화였다. 예전에 아리랑 공연하느라, 강의실을 사용해야 하니 수업을 빼달라고 우리 기획팀들이 교수 찾아 다니던 생각이 난다. 교수 입장에서 얼마나 황당했을까... 과 MT 때문에 수업을 빼라니... 그러나 짐짓 황당한 내색을 하지 않고, 그냥 다른 시간으로 수업을 옮겨서 할 수 있으면, 옮기고, 그렇지 않으면 수업을 하겠다고 했다. MT를 왜 금요일날 가지? 그것도 3시부터 6시인 수업을 빼가면서?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수업을 못 빼겠다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당연히 좋게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니, 교수의 입장과 학생의 입장에 정말 큰 차이가 있겠군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되도록이면 수업을 재미있게 하려고 하는데 그것도 잘 되지 않는 것 같다. 일반 회사에서 강의를 하면, 사람들은 곧 내 스타일에 익숙해져서, 세 번째 시간쯤 되면 크게 웃으면서 재미있게 듣는다. 일부 여직원들은 수업중 웃음을 참느라고 애썼다는 애교성 멘트를 하기도 하는데... 학교 강의는 세대 차이 때문인지 아직 별로 웃지 않는다. 더군다나 일반 회사에서 강의를 할 때 조는 사람을 찾기란 정말 어려운데, 지난 수업 시간엔 5-6명 (10%!)이 졸았다. 아... 학생들 조는게 다 보이는 구나.

 

물론 나는 수업 시간에 존 경험이 거의 없다. (대부분 안 들어가지.) 하지만 어린 학생들 입장에서 얼마나 졸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우연히 중앙대 근처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는데, 중대 학생들로 보이는 남학생 넷이서 깐풍기와 고량주를 먹으면서, 역시 음주 수업이 최고야... 하는 것을 보았는데 내 학교 생활이 연상되었다. 그 중 한 학생 왈, 모모 교수 수업이 다 웃기더라. 군대 갔다 온 뒤로 우리 수준이 너무 낮아졌어. 별걸 가지고 다 웃기다니... 하는 말을 하는 것을 들으니... 건대 학생들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늘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사업을 하다보면, 늘 다른 사람을 생각하려고 하는 내 방식이 적절하지 만은 않다는 생각도 해 본다. 중요한 협상과 계약에서 늘 상대방을 생각하다가 유리한 고지를 뺐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늘 남을 먼저 배려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내 인생관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은 학생들 너희를 위해서 수업을 빼지 않는 거야... 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우린 그러한 논리에 얼마나 많이 당해왔던가? 휴... 금요일 수업을 빼야 하나?

'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있는 사장들에게 연민을  (0) 2013.10.23
살아 남은 자의 슬픔  (0) 2013.10.06
Death Valley  (0) 2012.08.06
아시아의 자부심 Pride of Asia  (0) 2012.08.06
같은 것에 대한 공포  (0) 2012.08.06

Death Valley

2012. 8. 6. 21:11 | Posted by 이 재용

[2002-4-14 작성]

Death Valley (지도)

Sand Dunes
Sand Dunes


빌 린 자동차는 여태 100마일 정도(160km) 달린, 아직 번호판도 달지 않은 새 차였다. 아침 일찍 8시 30분쯤 출발해서 95번을 따라 달려 Beatty에서 374번으로 꺾었다. 앞뒤로 차가 보이지 않는 사막 한 가운데 직선으로 난 도로를 따라 auto-cruise를 걸어 놓고 달리니,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운전대도 그냥 형식적으로 잡고 있기만 할 뿐.
라스베가스 는 이번이 두 번째다. 화려한 호텔의 인공적인 장식들은 신기하기는 했지만, 내 마음을 그리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오늘 가는 Death Valley는 처음이기도 할 뿐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이라는 면에서도 나를 설레게 한다. 다만 적절한 음악 CD를 가지고 오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 곳을 먼저 가 보고 추천한 김 경아씨가 가면서 들었다는 척 맨지오니의 '산체스의 아이들'을 공항에서라도 샀어야 하는건데...
차를 달리면서 저 앞쪽 길은 물에 젖은 것 같은데, 막상 가보면 말라 있고, 또 저 앞에 물이 있는 것 같은데 가보면 말라 있었다. 이런게 '신기루'인가?

Hells Gate에서 본 374번 도로제 일 처음 들린 곳은 'Hells Gate'라는 곳으로 374번 도로 중간에 있다. 여기에 지도와 화장실이 있으며 unique vista를 제공한다고 한다. 잠시 쉬다가 계속해서 374를 따라 남으로 내려와 190을 타고 Panamint Springs 방향으로 접어 들었다. Death Valley의 Top 5안에 든다고 할 수 있는 Sand Dunes를 보다. 사막을 휩쓸고 다니던 바람이 속도가 늦어지는 장소다. 바람의 속도가 늦어지면 같이 다니던 모래들은 할 수 없이 땅에 가라 앉아야 하는데, 그곳이 바로 Sand Dune이다. 낮에도 그 완만한 곡선과 그 곳에 반사된 빛깔이 아름답지만, 설명서 대로 달빛에 본다면 정말 환상적이지 않을까? Sand Dune을 지나면 Stovepipe Wells라는 마일이 나오고 이 마을 바로 옆에 Mosaic Canyon이 있다. 비포장 도로이긴 한데, 들어가 볼 만하다. 암석이 깎여 대리석처럼 느껴지도록 맨들맨들해진 곳이다. 나는 여기서 방향을 돌려 북쪽으로 다시 올라가다가 계속 190을 따라 남서쪽으로 내려갔다.
Salt Creek도 비포장이긴 하나, 그리 심하진 않다. 걸어서 산책하기 좋은 코스로 만들어져 있고 바닷물만큼 짠 시냇물에서 산다는 desert pupfish를 볼 수 있다.
190 을 계속 따라 내려오면 Furnace Creek이 나오는데, 이곳이 인근에서 유일하게 풍부한 물이 나오는 곳이라 한다. 종합 관광 안내소에서 Slide Show도 보고, 박물관도 구경하고, 기념품도 샀다. 기름도 넣었는데, 갤론당 $2.30이나 한다. (보통은 $1.20 정도)

Badwater 전경 정작 Furnace Creek 자체는 어디있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이곳을 지나 178로 빠져서 곧장 Bad Water로 향했다. Golden Canyon, Aritst Drive, Golf Course는 올라오면서 볼 작정이었다. 경치로 말하자면 다른 곳 만하지는 않지만 내게는 특별한 느낌을 준 곳이다.
바다와 이곳 Badwater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물이 더 이상 흘러 갈 곳이 없다는 점이다. 다른 곳으로 더 흐를 수 없는 물은 고여서 증발될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자꾸 증발이 되면 물 속의 염분 농도가 높아져서 짜지는 것이다. 따라서 바닷물도, 이곳 Badwater의 물도 모두 짜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이곳은 물도 많이 흘러 들어오지 않고, 또 증발도 빨리 되기 때문에, 눈으로 그냥 보기에 물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온통 하연 소금의 바다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먼 곳까지 혼자 나가 사방을 둘러보다 주저 앉았다.
언제나 바다는, 내게 쉬는 곳이었다. 산속 숲에서 이슬로 시작했든, 들녘에 내리는 비로 시작했든 땅에 내려온 물들이 시내로, 지하수로, 수돗물로, 하수로 그렇게 갖은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빠르게 혹은 느리게 흘러가 큰 강을 이루고, 강물이 천천히 흐르다가 물이 모두 모여 쉬는 곳이 바다가 아니었던가? 세상의 좁은 근심과 옹졸함과 인색함을 버리고 하해와 같은 큰 마음이 되는 곳이 바다 아니었던가? 바다를 그렇게만 생각하던 나에게, 오늘 이 곳 Badwater는, 바다가 물의 무덤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이 더 이상 흘러갈 수 없는 곳이 바다다. 그래서 짜지고 뒤틀리는 곳이 바다다.
무덤으로 온 물 중에 일부에게는 증발되어 하늘로 올라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환생의 장소가 바다이지만, 일부에게는 수천 미처의 심연에 잠겨 차디찬 온도와 가혹한 수압을 영겁의 세월동안 견뎌야하는 지옥의 장소가 바다다. 움직이지 않으면 죽은거다. 나는 이제 새로운 의욕이 필요하다. 지금 읽고 있는 Alan Cooper의 'The Inmates are running the Asylum' 책이 나를 더 자극해 주고 있다. 그래, 세상을 바꾸자.
사방을 둘러보니 온 세상에 눈이 온 것처럼 하얗게 소금이 쌓여 있다. 땅을 조금만 파 보면 물이 고이는 것으로 보아 굳은 소금층 아래에는 물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수면 보다 279 feet 아래, 즉 해발 -85m의 낮은 곳이며 서반구에서 가장 낮은 지점인 이곳에서 세상을 다시 보다. 이미 한참 멀어진 저 쪽 도로에는 아직도 내가 세워둔 자동차와, 멀리 오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거대한 산맥의 발자락에 아른거리고 있다.
다시 북쪽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Natural Bridge, Devil's Golf Course, Golden Canyon 등을 보았다. 그 중 인상 깊은 것은 Artist's Drive 도중에 있는 Artist's Palette이다. 형형 색색의 물감을 산 위에 발라 놓은 듯한 풍경인데, 갖가지 광물이 불균등하게 뒤섞였기 때문이란다. 참 적절한 이름이다.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내가 볼 때가 가장 아릅답다고 할 수는 없겠다. (길을 따라 가다보면 처음 사람들이 주차하고 구경하는 곳이 있는데, 이 곳은 palette가 아니다.)

자브라스키의 전경다 시 190을 타고 동남쪽으로 내려와 자브라스키 포인트에 오르다. 이 때가 대략 오후 5시 경이었는데 해질녘의 경치가 정말 아름답다. Tracking 코스로는 Golden Canyon에서 이곳 자브라스키 포인트까지 연결되는데, 자동차로는 많이 둘러온 셈이다. 언덕에 올라 앞을 내다보면 복잡하고 날카로운 산들이고, 뒤를 돌아보면, 따뜻한 저녁 햇살을 받아 하품을 하는 듯한, 황색 구릉이다. 우리 나라의 모듯 것에 비해 서양의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이, 사실 구릉이라고 하기에는 굴곡이 좀 더 심하고, 윤곽이 뚜렷하고, 저녁 햇살에 명암이 분명하다.

단테에서 본 Badwater지 는 해를 보며 약간은 조급한 마음으로 Dante's Peak를 향하다. 이곳은 지는 해에 보기에는 좋지 않은 듯 하다. 한 낮이나 아침녘에 오히려 잘 보일 듯 한데, 세숫대야처럼 움푹 들어간 Death Valley 전체를 보려면 광원이 좀 더 높은 곳에 있거나, 적어도 등 뒤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 올라 내려다 본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능선을 따라 더 내려가 보면 좀 더 넓은 지역을 볼 수 있다. 이 곳이 좋은 이유는 Death Valley를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돌아 오는 길은 190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가 Death Valley Junction에서 127을 타고 북쪽으로 통하는 길로 잡았다. 이렇게 하면 373을 통해 Lathrop Wells로 가서 95와 합쳐져 다시 라스베가스로 갈 수 있게 된다. 이제 밤이 어두워져 앞뒤 분간이 잘 가지 않지만 길은 근 한시간을 달리도록 커브가 없다. 2차선의 도로인데도 75mph가 (120km/h) 제한 속도다. 80 쯤으로 계속해서 달리다 가끔씩 길 주변에 사람의 흔적이 보일 뿐이다.
라스베가스 근교에서 저녁을 대충 때운후 호텔로 돌아왔다. 약 13시간에 걸친 Death Valley 여행이 끝났다. 이것으로 이번 여행의 목적도 달성한 셈이다. 출장 본연의 목적이었던 전미 방송 협회의 전시회인 NAB... NAB? 천천히 보지 뭐.

Death Valley 공식 사이트(http://www.americansouthwest.net/california/death_valley/national_park.html)

---
수르야 답글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내가 볼 때가 가장 아릅답다고 할 수는 없겠다."

 

아리랑 게시판에서 글을 읽다 보면 눈이 부시도록  빛나는 생각들을 대할 수 있게 된다.

그것도 제법 자주. 큰 즐거움!

 

빛의 방향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는 정보를 대하는 순간 재용이의 머리 속에는 수없이 다른 방향에서 벽을 바라보고 있는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떠올랐을테고 그 각자 사른 사람들 하나 하나에게 공정한 판단의 권리를 주고 싶어하는 착한 마음이 자극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관점을 모두 나름대로 아름다운 것으로 인정해야만 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성질의 사물을 대하는 것 자체로 은근히 기뻐하고 있는 것조차 느껴진다. 

다양한 관점의 가능서 중에서 그래도 자신이 본 것을 가장 아름다왔을 것이다 주장하는 대신에 타인의 관점을 제한하지 않는 지평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일상을 살며 이렇듯 남에게 나와 똑같은 판단의 권리를 주고 그것을 내 것과 같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하며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모두 알고 있으리라.

 

평균적인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서에 실린 그저 하나의 정보일 뿐이었을텐데삶의 성찰로 익어진 한 인간의 상념이란 과정을 통과하고 나온 Output이 눈부시다.

 

생각이란 한 끝을 뒤집는 것으로 전혀 다른 차원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인데 이렇게 한 끝을 자유자재로 뒤집을 수 있는 가벼움을 얻기가 그리도 힘든 것이다.

 

그런데 재용아 네 아바타가 팔에 두르고 있는 완장에는 뭐라고 적힌거니

내가 보기에는 NL이라고 적힌 것 같은데

네 비당파적인 글에 비해 아바타가 너무 당파적인 의상과 자세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

김상희 답글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누군가의 글을 읽다보면 그 사람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해.

재용이의 글을 읽으면서 재용이 특유의 느린 듯한, 약간 끊길 듯 끊길 듯 하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래서 끝까지 듣게되는 목소리가 내 귀에 들리는,

아주 기분좋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어. 게다가 재용이의 얼굴도 생각이 나는군. 그 모습...

 




'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아 남은 자의 슬픔  (0) 2013.10.06
교수 생활  (0) 2012.08.06
아시아의 자부심 Pride of Asia  (0) 2012.08.06
같은 것에 대한 공포  (0) 2012.08.06
서비스란 무엇인가?  (0) 2012.08.06

아시아의 자부심 Pride of Asia

2012. 8. 6. 21:06 | Posted by 이 재용

[2002-6-23작성]

일전에 이번 우리의 연승 행진이 '히딩크 축구의 승리'에 불과하다는 나의 말은 아무래도 적절치 못 한 것 같다. 물론 이번 승리에 히딩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 승부차기에 앞서 어제 집중적으로 그것을 연습했다는 기사를 보면 감탄을 하게 된다. 그러나 히딩크가 극찬하듯이, 이번 승리의 주역은 감독의 지시를 따라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해 준 선수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갖게 될 자부심, 객관적 전력 우위의 팀을 맞아도 당당하게 싸울 수 있는 자신감, 쌓아온 축구 실력과 경기 경험 등은 결코 허무하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그런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

 

또한 그 뒤에는 정말 열심히 성원하고, 노력한 한국 축구계가 있다. 히딩크를 데려 오고, 수많은 연습 경기와 훈련 경기를 주관하고, 돈을 투자하고, 노력을 쏟아 부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수차례 월드컵 문을 두들기며, 끊임없이 1승을 위해 노력해 온 수많은 축구인들의 한과 땀이 서려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사람들이 갖게 될 자긍심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그런 자긍심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매 경기, 매 골에 가슴 조리며 집에서, 거리에서, 경기장에서 응원해 온 국민들이 있다. 한 번의 슛에 울고 웃으며 안정되고 자신감 넘치는 폴란드전 승리부터, 믿기지 않는 오늘의 스페인전 승리까지 애태우며 한마음으로 성원해 온 국민들. 선수 가족들, 기자들 등등... 누구나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 하며, 우리 축구팀을 사랑한다. 경기가 극적인 승리로 끝날 때마다, 나도 눈물이 나오는 것을 어쩔 수는 없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훌륭한 사람들은 '붉은 악마'들이다. 한국 축구가 잘 할 때나, 못 할 때나,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늘 애정을 가지고 응원하고 성원해 온 사람들이다. 자신의 직업이 달리 있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쪼개어 응원을 준비하고, 축구장을 찾아 응원해 온 사람들, 이 사람들이 정말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할 만하다. 이 붉은 악마가 오늘의 응원 주제로 내세운 것이 바로,

 

일전에 이번 우리의 연승 행진이 '히딩크 축구의 승리'에 불과하다는 나의 말은 아무래도 적절치 못 한 것 같다. 물론 이번 승리에 히딩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오늘 승부차기에 앞서 어제 집중적으로 그것을 연습했다는 기사를 보면 감탄을 하게 된다. 그러나 히딩크가 극찬하듯이, 이번 승리의 주역은 감독의 지시를 따라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노력해 준 선수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갖게 될 자부심, 객관적 전력 우위의 팀을 맞아도 당당하게 싸울 수 있는 자신감, 쌓아온 축구 실력과 경기 경험 등은 결코 허무하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그런 자신감이 없는 것 같다.

 

또한 그 뒤에는 정말 열심히 성원하고, 노력한 한국 축구계가 있다. 히딩크를 데려 오고, 수많은 연습 경기와 훈련 경기를 주관하고, 돈을 투자하고, 노력을 쏟아 부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수차례 월드컵 문을 두들기며, 끊임없이 1승을 위해 노력해 온 수많은 축구인들의 한과 땀이 서려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사람들이 갖게 될 자긍심은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아직 그런 자긍심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매 경기, 매 골에 가슴 조리며 집에서, 거리에서, 경기장에서 응원해 온 국민들이 있다. 한 번의 슛에 울고 웃으며 안정되고 자신감 넘치는 폴란드전 승리부터, 믿기지 않는 오늘의 스페인전 승리까지 애태우며 한마음으로 성원해 온 국민들. 선수 가족들, 기자들 등등... 누구나 대한민국 국민임을 자랑스러워 하며, 우리 축구팀을 사랑한다. 경기가 극적인 승리로 끝날 때마다, 나도 눈물이 나오는 것을 어쩔 수는 없었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훌륭한 사람들은 '붉은 악마'들이다. 한국 축구가 잘 할 때나, 못 할 때나,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늘 애정을 가지고 응원하고 성원해 온 사람들이다. 자신의 직업이 달리 있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쪼개어 응원을 준비하고, 축구장을 찾아 응원해 온 사람들, 이 사람들이 정말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할 만하다. 이 붉은 악마가 오늘의 응원 주제로 내세운 것이 바로,

 

아시아의 자부심 Pride of Asia.

 

외신에 따르면, 일본과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사람들이, '아시아의 대표'로서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남미에 이어 '아시아'가 3번째 월드컵 출전 대륙이 되었다. (미국이 1회 대회에 4강에 올라 북미도 생각할 수 있으나, 1회는 좀 예외로 하자) 특히 공동 개최국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응원은 대단한데, 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 당시 한국 응원단이 보여주었던 구호, '함께 프랑스로 가자'에 감동한 일본인들이 부러움과 질시를 응원에 담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아시아를 대표'하고 있다고.

언제나 중국과 일본에 치이며, 열등 의식에서, 그들을 눌러버리려고만 벼뤘지, 한 번도 그들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동남 아시아, 서남 아시아의 나라들까지는 몰라도, 한/중/일은 서양 세계에 나가 보면 놀랄 만큼 유사성을 많이 갖고 있는데, 왜 나는 항상 '한/중/일'이 비슷하게 취급받는 것을 싫어하며 다르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해 왔을까? 일본이 터키에게 지며 빗속에서 쳐져 있을 때, '고거 쌤통' 하며 고소해 했는데, 막상 대부분의 한국민이 일본의 패배를 반긴다는 보도에 일본 사람들은 서운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미안하게 생각했더랬다. 오늘도 열심히 한국을 응원한다는 일본 사람들 반응에, '가해자'는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언제까지 나는 그 생각에 머물러 있어야 하나 답답하기도 하다. 이제는 일본을 용서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성급한 생각마저 든다.

 

어쨌든, '아시아'를 대표하고 있는 한국 축구팀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들은 온 아시아의 사랑을 받을 만큼 노력했고, 그에 따른 결과를 수확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축구 팀의 나라, 한국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독일이나 브라질과는, 심판 구설수가 없는 멋진 경기를 기대한다.

 

아시아의 자부심 Pride of Asia, 너무 멋있지 않냐?

 

외신에 따르면, 일본과 베트남을 포함한 아시아 각국의 사람들이, '아시아의 대표'로서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남미에 이어 '아시아'가 3번째 월드컵 출전 대륙이 되었다. (미국이 1회 대회에 4강에 올라 북미도 생각할 수 있으나, 1회는 좀 예외로 하자) 특히 공동 개최국 일본의 한국에 대한 응원은 대단한데, 98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예선 당시 한국 응원단이 보여주었던 구호, '함께 프랑스로 가자'에 감동한 일본인들이 부러움과 질시를 응원에 담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 한 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아시아를 대표'하고 있다고.

언제나 중국과 일본에 치이며, 열등 의식에서, 그들을 눌러버리려고만 벼뤘지, 한 번도 그들을 대표하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동남 아시아, 서남 아시아의 나라들까지는 몰라도, 한/중/일은 서양 세계에 나가 보면 놀랄 만큼 유사성을 많이 갖고 있는데, 왜 나는 항상 '한/중/일'이 비슷하게 취급받는 것을 싫어하며 다르다고 생각하려고 노력해 왔을까? 일본이 터키에게 지며 빗속에서 쳐져 있을 때, '고거 쌤통' 하며 고소해 했는데, 막상 대부분의 한국민이 일본의 패배를 반긴다는 보도에 일본 사람들은 서운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미안하게 생각했더랬다. 오늘도 열심히 한국을 응원한다는 일본 사람들 반응에, '가해자'는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언제까지 나는 그 생각에 머물러 있어야 하나 답답하기도 하다. 이제는 일본을 용서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성급한 생각마저 든다.

 

어쨌든, '아시아'를 대표하고 있는 한국 축구팀이 정말 자랑스럽다. 그들은 온 아시아의 사랑을 받을 만큼 노력했고, 그에 따른 결과를 수확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축구 팀의 나라, 한국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독일이나 브라질과는, 심판 구설수가 없는 멋진 경기를 기대한다.

 

아시아의 자부심 Pride of Asia, 너무 멋있지 않냐?


=================


[2002-6-21 작성]

히딩크에 관한 책이 벌써 나왔더라. 차례를 보니까 꽤 읽고 싶은 마음이 들던데, 출판계의 신속성에 놀랬고, 아마 엄청나게 팔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승리는 한국 축구의 승리가 아니라 '히딩크' 축구의 승리라고 하면, 너무 할래나? 모든 것이 그였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 그가 감독으로 초청되고 계속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나? 그것은 '위기'였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든, 진정한 실력자가 인정을 받는 시기는 '위기'에만 가능하다. 임진왜란이라는 위기가 아니었으면 성웅 이순신은 없다. 심지어 그런 위기의 상황에서도 조금만 안정이 되면 가차없이 숙청당하게 되는 것이 연줄없는 실력자의 운명이다.

 

축구계와 국민이 그를 가만히 놔둘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축구계와 국민이 다들 위기 의식을 느꼈고 이제와서 바꾸기는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외국인을 지휘자로 두고 있는 국내 오케스트라에선 진정한 실력자가 클 수 있나? 그렇지 않다. 여기엔 특별한 '위기'가 없기 때문이다. 누나 말에 의하면, 한국 오케스트라의 개별 연주자들은 정말 세계 어디 내 놓아도 뛰어난 사람들인데, 오케스트라는 그렇지 않단다. 학연, 지연 등으로 복잡하게 연결 되어 있고, 그런 것들로 안정되게 자리가 보장되어, 진정한 실력 경쟁이 되지 않고, 선/후배 사이의 엄격한 룰들이 모두 적용되며, 외국 지휘자들이 거기서 특별한 조치를 하기에는 너무 벽이 두껍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들은 예술 감독이나 악장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

 

내가 히딩크라면,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필사적으로 한국을 탈출해야 한다. 그게 죽지 않는 길이다. 왜냐하면 '전쟁'은 끝난 다음에도 장수가 어리버리 돌아 다니고 있으면, 모함으로 죽기 딱 알맞다. '위기'가 끝나면, 그 다음은 '시스템'이 권력을 잡을 차례이기 때문이다. 이순신이 마지막 전투에서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초야에 묻혔다는 소문도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히딩크 이후에 누가 감독을 맡을 것인가? 아마도 히딩크의 스타일을 흉내내는 어떤 사람이 한 일년 죽도록 고생하다가 그만 두고, 다시 박종환 스타일의 사람이 감독이 될 것이라고 본다. 히딩크 후임자는, 히딩크 만큼의 권한, 능력도 없고, 틀림없이 각종 학연, 지연 등에 다시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미 그 자신이 학연/지연에 의해 감독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히딩크 시스템을 거스르기도 힘들 것이고. 선수들의 감독에 대한 기대는 높아 있고. 따라서 그는, 히딩크 시절, 히딩크 시스템에 의해 무명->유명으로 전환된 새로운 스타들의 권력에 굴복할 가능성이 크다. 히딩크 시스템이 배출한 새로운 실력자들은, 히딩크가 있을 때는 진정한 실력자로서 권력자겠지만, 히딩크가 사라지고 나면, 기존의 우리 사회가 전형적으로 그렇듯 노력하지 않는, 즉 실력없는 권력자로 전환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히딩크 시스템이 실패했다면, 이 사람들 인생은 끝이었다. 히딩크 믿고 까불던 안정환, 설기현, 이천수 등등, 뜨거운 맛을 한 번 보게 된다. 혹시 이러한 혁명적인 분위기의 한 가운데 있더라도, 잠시 왔다가 사라질 사람을 너무 믿고 따르지 않는 것이 신상에 좋다는 것이 고래로 부터의 동양의 가르침이다.

 

후임으로 외국인 감독이 오더라도 사태는 비슷하게 될 것이다. 아마 한국의 오케스트라 비슷한 분위기가 1년 후에는 형성되겠지. 감독은 기술만 지도하고, 진정한 한국인 권력자가 뒤에서 모든 연줄을 쥐고 있는 형국이 될 것이다. 물론, 아주 뛰어나고 카리스마가 이미 있는 사람이 오면 어떨지... 아마 조금은 더 연장될 수도 있겠다.

 

이런 모든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학연, 지연, 선후배 연공 서열 등 각종의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치명적인 상태로 계속 남아 있을 것이다. 뭐, 일각에선 반성하자, 고치자 말도 많지만, '위기'가 없는 한 절대 고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확신이다. 그렇다고 매번 위기를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 자신도 그러한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결코 그 문제에서 벗어 날 수 없다.

 

'하면 된다?' - 웃기지 말자. 이 문제는 해도 안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나? 있다. 이것은 '인구 문제'에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원인이 분명하므로 해결도 분명하다. 방법은 '통일' 아니면 '대동아 공영권' 뭐, 하여간 인구 규모, 즉 전체 경쟁 규모를 늘려야만 한다.

 

'너 선배 그렇게 무시하다가 찍히면 한국에서 살아날 것 같아? 이 바닥 아주 좁아, 어디 간들 무사할 것 같아?'

'너 교수 무시하고 학교 생활 하다가, 어디든 취직할 수 있을 것 같아? 내 제자들이 거의 모든 주요한 회사에 다 깔려 있어'

 

교수랑 한바탕 하고 나와도 갈 수 있는 다른 박사 과정이 충분히 있고, 선배와 싸우고 나와도 갈 수 있는 직장이 있고, 좁은 연줄로 구성된 회사는 경쟁에서 살아 남기 어려운 사회가 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국내 대학 축구 팀이 충분히 많아서, 고대 출신 감독이 되더라도, 고대에서 2명 이상 뽑기 어렵고, 따라서 연대에서 2명 이상 넣으라는 압력을 행하는 것도 우스운 상황이 된다면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되면 자기 학교 출신 1명 정도 그냥 넣어도 '연줄'이라는 문화가 형성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과연 청산해야할 문화인가?

 

서구의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자식 신세를 지기 싫어하지만, 우리는 자식 신세를 당연히 지려한다. 우리 부모님도 20년 전에는 자식신세 안 진다고 그러셨지만, 요즘은 언제 며느리가 해주는 밥 먹어보나를 목놓아 기다리시는 중이다. 신입때 '과장'들은 도대체 뭐하나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빨리 나도 내 아래에 사람들 좀 두고 이런 잡무에서 벗어나 봤으면 하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선배' 공경해 두면, 나중에 '후배'에게 대접받고 편하게 지내는 것이다. 서양에 비해서, 젊었을 때 뭐든 많이 하고, 나이 들 수록 급격히 안 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심지어 섹스도 그렇게 된다. 이러한 연공 중심의 시스템은, 나이에 따라 육체적인 정력이 급격히 줄어드는 동양인에게 더욱 적합한지 모른다. 능력없다고, 나이 많은 사람이 짤리는 거 보면 좀 안됐지 않나? 나도 젊었을 때 고생 했으니, 나이 들면 좀 편하게 지내고 싶지 않나?

 

학연/지연은 극동아시아에는 공통적인 추천 시스템이다. 서양 애들은 이것을 referal system으로 객관적인 듯이 운영하고 있지만, 어쨌든 그것도 추천 시스템이고... 물론 시스템의 내용을 보면 다르지만... 우리는 처음에 100점을 주고 문제 있을 때마다 깍는 시스템이고, 걔네들은 처음에 0점을 주고 잘했을 때마다 더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니 같은 추천 제도라도, 우리는 '어 학교 후배야? 그럼 추천해 주지' '어 내 수업 들었어? 기억은 안 나지만 추천서 써와 봐, 싸인해 줄께' 뭐 이런 대화가 충분히 가능한 이유가, 찍히지만 않으면, 그 사람은 100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화에선, 공을 쌓기 보다는 찍히지 않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튀지 마라" 그것을 통해 공을 쌓아봤자 남들과 비슷한 101점이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돼서 찍히면, 대부분 남들보다 떨어지는 60점이다.

 

이식형 말을 다시 인용하면, 경쟁이 심하고 사람이 많을 때는 튀어야 살지만, 경쟁이 약하고 사람이 적을 때는 남을 깎아야 산단다. 즉 우리의 인구 구조가, 그리고 우리의 문화가, 전반적으로 "튀는 것" 보다는 "찍히지 않는 것"을 우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학연/지연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추천 제도다. 즉, 이 사람은 '튀지 않았다,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에 대한 보증인 것이다.

 

그러므로, 결론은, 이 문화는 유지될 수 밖에 없고, 또한 현재의 우리 상황에서 가장 최적화된 해법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최적화'란 도덕적인 의미가 아니라, 수학적인 의미다)

 

휴... 너무 길다. 쓰는 나도 지겹다. 이식이형은 길어서 안 읽겠군.

'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수 생활  (0) 2012.08.06
Death Valley  (0) 2012.08.06
같은 것에 대한 공포  (0) 2012.08.06
서비스란 무엇인가?  (0) 2012.08.06
이성이 흘리는 눈물  (0) 2012.08.06

회사이름 고민

2012. 8. 6. 21:00 | Posted by 이 재용

[2002년 10월 18일 작성]

도구와, 주변의 상황과, 그 도구를 쓰는 이 사이의 어울림을 생각하여 도구의 모습과 행동을 고안하는 회사입니다.

Contextual Design 과 Goal Directed Design 기법을 응용한 방법으로 User Interface Design을 하는 회사입니다.

사람을 관찰하고 사회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새로운 소통의 방법을 만드는 미디어 연구소 입니다.

이상과 같은 회사에 어울리만한 좋은 이름 없을까요?

 

잠정적인 생각은 " Metagram "  혹은  " 그리다 - Grida " 입니다...


---------------

우리 회사는:
[1] Contextual Design 과 Goal Directed Design 기법을 응용한 방법으로 User Interface Design을 하는 회사입니다. (對 고객 서비스 - 용역)

[2] 사람을 관찰하고 사회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새로운 소통의 방법을 만드는 미디어 연구소 입니다 (對 국민 서비스 - 자체 상품 개발)

[3]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고,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 이상을 발휘하며, 충분히 쉬고 즐기는 회사입니다. (對 직원 서비스 - 회사의 환경)

미션:
고객이 도구로 더욱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도록 합니다. (more profitable)
도구를 더욱 쓸모있고, 재밌고, 끌리도록 만듭니다. (useful, fun, and engaging)
도구, 주변, 도구를 쓰는 이 사이의 어울림을 생각하여 그 도구의 모습과 행동을 고안합니다. (architectural ecology)
도구의 참다운 아름다움을 찾아 드립니다. (beauty is in truth)
사람을 관찰하고 사회 문화적 접근을 통해 새로운 소통의 방법을 만드는 매체 연구소 입니다. (media lab)

비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정보 기기 사용의 자유를 누리는 사회를 이루는데 의지와 능력을 겸비한 회사


브랜드 이미지:
부 드러운 전문가 (= 이재용) 깊이 있는 지식과 활달한 성격, 사려깊고 예의바름, 잘난체 안 하지만 알고 보면 해박하고 확실한, 알면 알 수록 더 친근감이 가고, 디자인/공학/문화/사회과학등 다방면에 능통한 멀티플레이어 versatile

'디자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혁신과 사용성 옹호자  (0) 2013.11.24
생텍쥐페리  (0) 2013.11.24
이전/다음 버튼은 화살표와 함께 씁시다  (0) 2009.07.13
과일과 UI  (0) 2009.07.13
불편하게 만들자 1  (0) 2009.07.13

같은 것에 대한 공포

2012. 8. 6. 20:49 | Posted by 이 재용

[2003-9-2 씀]

인간이 생존을 위해 후대에 전수하고 있는 것을 두 가지로만 나누어 본다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에 의하면, 진 Gene과 밈 Meme 이다. 이들 생물학적 유전자와 문화적 유전자의 목적은 자신과 똑같은 것을 널리 퍼트리는 것이 때문에, 우리는 다른 종(種) 보다는 같은 종(種)을, 타인 보다는 가족을, 그리고 다른 것 보다는 같은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다른 것은 우리를 너무 피곤하게 만든다. 수많은 다른 종과 부족의 활동이 내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었던 원시시대부터, 자신과 다른 종교를, 사상을, 인종을 무참하게 도륙하는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위험자체가 끊이질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 부부 생활이나 연애 생활에 이르기까지 다르다는 것은 갈등의 빈번한 소재가 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더 같은 것에 집착하는 것 같다. 동창을 내세우고, 이웃을 내세우고, 가족과 친척, 그리고 교과서에 지겹게 나오는 단일 민족이라는 자랑까지...

 

그렇지만 유전자는, 같은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우리보다 훨씬 더 빨리 깨달은 것 같다. 다양성을 갖지 못 하고, 동일한 구조로 되어 있는 생명체 집단은 아주 간단한 바이러스 하나에 의해 멸종의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알아 챈 것이다. 그래서 같은 종 안에서도 각각 다양하게 만들려는 다양한 메커니즘의 최상위에 양성 교배가 있는 것이겠지.

 

결국, 다르다는 것에 좌절할 때마다, 다양한 집단간의 갈등, 개인간의 갈등에 부딛힐 때마다,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서 다양성이 우리에게 주는 대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왜 다르지?로 고민하지 말고, 달라야 강하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뉴스에, 한/중/일 3개국이 윈도우즈를 대체할 다른 OS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나왔다. 지난 한 달 동안 윈도우즈라는 단일한 OS의 취약점을 노린 바이러스 등이 너무나도 큰 피해를 내고 지나간데다, 추석 기간 동안 또 다른 변종이 공격할 것이라는 사실에, 단일함이 주는 위험을 깨달은 것이리라... 이러다가 세상 모든 컴퓨터가 다 망가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모두 한 가지의 OS를 쓴다는 사실은 얼마나 달콤하고 편한지 모른다... 개발하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하지만 거기에는 반드시 치뤄야할 대가가 있으니, 아주 약한 한 가지의 공격에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성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공격에는 강한 법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이, 많이 싸우더라도, 서로 달라야 한다. 오히려 우리가 느껴야 할 것은, 모두 같은 것에 대한 공포이다.


'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Death Valley  (0) 2012.08.06
아시아의 자부심 Pride of Asia  (0) 2012.08.06
서비스란 무엇인가?  (0) 2012.08.06
이성이 흘리는 눈물  (0) 2012.08.06
기억하시는가? 불멸의 게임 Prince of Persia!  (0) 2012.08.06

서비스란 무엇인가?

2012. 8. 6. 20:48 | Posted by 이 재용

[2003년 9월 5일 씀]

이식이형에게도 많이 들은 말이긴 한데, 읽다가 재미있어서 인용해 본다.

간단하게 구멍가게를 하는 우리 회사는 물론, 각종 용역을 하는 컨설팅 회사까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며, 용역 업계의 보편적인 진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넓게 보면 모든 인간 관계에 적용되는 이야기다. 내가 배우자로서, 부모로서, 자식으로서, 회사원으로서, 사장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잘 '서비스'하고 있느냐?로 물어볼 수도 있다.

 

The fundamental finding of this work is reflected in Maister's First Law of Service:

      Service = Perception - Expectation

In other words, customers develop positive feelings when the perceived service exceeds the expected service.

 

따라서 서비스 향상으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실제 그들이 느끼는 질(Perception)을 높이거나, 그들의 기대(Expectation)를 낮추는 방법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시아의 자부심 Pride of Asia  (0) 2012.08.06
같은 것에 대한 공포  (0) 2012.08.06
이성이 흘리는 눈물  (0) 2012.08.06
기억하시는가? 불멸의 게임 Prince of Persia!  (0) 2012.08.06
내가 정하는 올림픽 순위  (0) 2012.08.06

이성이 흘리는 눈물

2012. 8. 6. 20:47 | Posted by 이 재용

[2003-11-20일 씀]

이성이 흘리는 눈물

흔히 감성이 충만해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는 많아도, 이성적으로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면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고 할 만큼 흔한 경우는 아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런 일이 일어났다.

아침에 호텔에서 일어나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아침을 먹는데 CNN에서, 오늘 메사추세스 대법원에서 동성간 결혼이 헌법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생방송으로 보도했다(현지시간 화요일 오전 9시). 앞으로 메사추세스 입법 기관이 이를 포괄하는 법 개정을 할 것인지는 또 다른 산이기는 하지만, 그렇더라도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한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찬성자는 그 동안 이들 동성 부부가 연금, 보험, 세금혜택 등, 기본적으로 가정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어떤 혜택도 받지 못 했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므로서 불행해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반면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실질적인 혜택'으로 인해 행복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반대론자들의 반대 이유는 모두 종교, 윤리, 도덕적인 것으로 추상적인 반면, 찬성론자들의 찬성 이유는 많은 부분 실질적인 것이다. 물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보호 받고 싶다는 정신적인 것도 크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너무나 반가운 마음에 잠깐 눈이 젖었다. 그래, 사실상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이라는 것은 원시시대에 번식을 위해 만들어 놓은 동물들의 규칙에 불과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짝을 이루어 살아야 한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대원칙을 무시한채, 번식이 가능한 짝만이 결혼으로 인정받는 동물적 원칙이 더 우선시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인간도 동물이니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매사추세츠 대법원의 판결대로, 동성간 결혼이 인류의 존엄을 헤치는 어떠한 영향이나 결과도 낳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다.

이어지는 시청자 전화에서 어떤 여자가, '아이들에게는 뭐라고 가르쳐야 하나'라는 질문을 했는데, 나에겐 다소 황당하고 무식해 보이는 질문이었다.

지금의 고정 관념은 별게 아닐지도 모른다. 앞으로 100년뒤, 이 날의 상황을 역사의 하나로 지켜보는 미래인들이 보기에는, 너무너무 당연한 사실이 이제서야 이루어진 것을 알게 될 때 당황스럽게 보일 것이다. 마치, 처음 여자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때, 수많은 반대와 혼란속에서 결정이 이루어졌지만, 오늘날 생각해 보면 너무너무 당연한 일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미래에는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짝을 맺는 것이 결혼이 될 것이다. 그것은 결혼이 섹스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시 후,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메사추세츠의 여성-여성, 남성-남성 커플들이 나와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생중계되었는데, 그 장면을 보니까 나는 눈을 적셨던 물이 쏙 들어가는 것을 느꼈는데... 음... 그건 너무 이상했어... 역시 커플은 남-녀로 이루어져야 자연스러운데... 하는 나의 익숙함에 대한 감성이 나의 이성적 판단에 의한 감동을 방해한 것 같다.

 

수요일 아침에 씀.


'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같은 것에 대한 공포  (0) 2012.08.06
서비스란 무엇인가?  (0) 2012.08.06
기억하시는가? 불멸의 게임 Prince of Persia!  (0) 2012.08.06
내가 정하는 올림픽 순위  (0) 2012.08.06
민요연구회 음반[펌]  (1) 2012.08.06

기억하시는가? 불멸의 게임 Prince of Persia!

2012. 8. 6. 20:45 | Posted by 이 재용

[2004년 8월 28일 작성]

기억하시는가? 불멸의 게임 Prince of Persia!

 

우선 보시라!

 



사용키 : 마우스, 방향키, shift키(살살걷기 : shift+방향키), 스페이스바
유사 모바일 게임 : 페르시아 왕자(SKT, KTF)


전체화면(대화면)을 원하시면 아래 클릭
 

http://www.princeofpersiagame.com/minigame/game/flash/Princegame.swf

 

 

게임의 3대 요소라 할 수 있는 그래픽, 사운드, 게임 구성 모두 시대를 초월한 천재의 작품이었다.

 

모션 캡쳐도 없던 시절, 자연스런 그래픽을 위해 제작자 Jordan Mechner는 자기 동생을 널판지 위에서 뛰게하고, 그걸 가정용 홈비디오로 촬영하여 반복 시청과 TV위의 매직 분석으로 이 자연스런 움직임을 만들었다고 한다. (제작자로부터 직접 강의를 들었던 감동이 지금도 밀려 옴...)

 

그 섬뜩한 사운드! 당시 PC의 열악한 사운드 환경에서 더욱 섬뜩하게 들렸던 그 칼베는 소리를 기억하시는지! 게임 플레이시, 반드시 사운드 입빠이 올리고 하시길... (단 임산부와 노약자는...)

 

마지막으로 게임의 스토리... 그 어려운 단계 단계를 올라가다가 아무리 아무리 찾아봐도 길이 없다고 생각될 때, 정품 게임이 아니어서 매뉴얼도 없이 복사된 암호 쪼가리로 문제를 풀던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글이 매뉴얼에 있다고 들었다.

 

"믿음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이후 인디아나 존스에서 확인했던 그 엄청난 감동을 이 게임에서 받은 것이다. 이제 그 원문을 진짜 매뉴얼에서 찾아보면...

 

Don't be afriad to explore, to experiment, and even to take an occasional leap of faith. After all, you've got nothing to lose except your life, the Princess, and the entire kingdom.

 

삶에서 신념으로 위험을 감수해 본 것이 언제인지...


'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비스란 무엇인가?  (0) 2012.08.06
이성이 흘리는 눈물  (0) 2012.08.06
내가 정하는 올림픽 순위  (0) 2012.08.06
민요연구회 음반[펌]  (1) 2012.08.06
대학우수창작극 대본선  (0) 2012.08.06

내가 정하는 올림픽 순위

2012. 8. 6. 20:39 | Posted by 이 재용

[2004년 8월 30일 작성]

올림픽이 끝났다. 평소 12시 넘어 하는 중계는 물론, 낮에 하는 중계도 거의 안 보는 스포츠 무관심자이지만, 그래도 좀 생각해 봤다.

 

올림픽에서 공식적인 순위는 없다. 그러나 세계의 언론사들이 말하는 순위는 금메달 숫자로 매긴다.

 

   

1

미국 35 39 29 103

2

중국 32 17 14 63

3

러시아 27 27 38 92

4

호주 17 16 16 49

5

일본 16 9 12 37

6

독일 14 16 18 48

7

프랑스 11 9 13 33

8

이탈리아 10 11 11 32

9

대한민국 9 12 9 30

10

영국 9 9 12 30

 

이상과 같다. 그러나 금메달만 많이 따고, 은메달은 심각하게 없는 몇몇 나라들(예:중국)을 보면 뭔가 계산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한다.

 

따라서 은메달과 동메달도 가산한 점수제를 한 번 생각해 봤다. 이 때, 아무래도 금메달의 가치가 있으니까, 금메달 1개에 4점, 은메달 2점, 동메달 1점으로 다시 순위를 매겨 보았다.

 

       
  가중치 4 2 1   점수 순위
1 미국 35 39 29 103 247 1
3 러시아 27 27 38 92 200 2
2 중국 32 17 14 63 176 3
4 호주 17 16 16 49 116 4
6 독일 14 16 18 48 106 5
5 일본 16 9 12 37 94 6
7 프랑스 11 9 13 33 75 7
8 이탈리아 10 11 11 32 73 8
9 대한민국 9 12 9 30 69 9
10 영국 9 9 12 30 66 10

 

뭐 거의 유사한 순위가 나온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의 순위가 바뀌는 것이 인상적이고, 우리 나라는 그대로 9위다.

 

그런데 인구 12억의 중국에서 금메달 32개 딴 거랑, 인구 4천만의 우리 나라에서 9개 딴 거랑은 비교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구를 계산에 넣기로 했다. 먼저 인구 통계를 보면,

 

순위 국가 인구

1

China 1,298,847,624

2

India 1,065,070,607

3

United States 293,027,571

4

Indonesia 238,452,952

5

Brazil 184,101,109

6

Pakistan 159,196,336

7

Russia 143,782,338

8

Bangladesh 141,340,476

9

Nigeria 137,253,133

10

Japan 127,333,002

24

Korea, South 48,598,175

48

Korea, North 22,697,553

 

조사하면서 한가지 놀란 것은, 일본이 세계 인구 10위 권이라... 역시 '큰'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이제 인구 천만명당 금메달 숫자로 순위를 매겨보자. 인구에 비해 금메달을 많이 땄다면 스포츠 강국이다.

 

            천만명당  
    금메달 순위 인구

52

바하마 1 0 1 2 33.37 1 299697

16

노르웨이 5 0 1 6 10.93 2 4574560

46

스와질란드 1 1 3 5 8.55 3 1169241

4

호주 17 16 16 49 8.54 4 19913144

13

헝가리 8 6 3 17 7.97 5 10032375

11

쿠바 9 7 11 27 7.96 6 11308764

24

뉴질랜드 3 2 0 5 7.51 7 3993817

34

자메이카 2 1 2 5 7.37 8 2713130

15

그리스 6 6 4 16 5.64 9 10647529

19

스웨덴

4

1

2

7

4.45 10 8,986,400

3

러시아 27 27 38 92 1.88 24 143782338

9

대한민국 9 12 9 30 1.85 25 48598175

7

프랑스 11 9 13 33 1.82 26 60424213

8

이탈리아 10 11 11 32 1.72 27 58057477

6

독일 14 16 18 48 1.70 28 82424609

10

영국 9 9 12 30 1.49 30 60270708

5

일본 16 9 12 37 1.26 33 127333002

1

미국 35 39 29 103 1.19 34 293027571

2

중국 32 17 14 63 0.25 53 1298847624

 

보면 알겠지만, 인구 30만도 안되는 바하마가 금메달 2개를 따서, 천만명당 금메달 33개로 1등이다.

미국은 천만명당 1개 정도, 중국은 4천만명당 1개 정도를 딴 것에 불과하다. 한국 역시 천만명당 1.85개로 25위이다. 호주 같은 나라는 기존에도 4위지만, 인구 반영에도 4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요즘 스포츠는 돈이다. 그래서 비슷한 소득 수준인데도 금메달을 많이 땄다면, 그 나라가 진짜 스포츠 강국이라 할 수 있다. 같은 경제 상태에서 더 많은 투자와 관심과 체력 조건을 스포츠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먼저 참고 삼아 어떤 나라들이 잘 사는지 보자.

 

순위 국가 GDP

1

Luxembourg 57379

2

Bermuda 51991

3

Norway 48881

4

Liechtenstein 43486

4

Switzerland 43486

6

Denmark 39497

7

Ireland 38864

8

San Marino 38397

9

United States of America 36924

10

Iceland 36328

51

Korea, Republic of 11059

154

Korea, Dem. People's Rep. 494

 

우리나라는 만 불 조금 넘어서 51위다. 잘 사는 나라들과 어마어마한 격차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은 13위.

 

자 그럼 소득 (1인당 GDP) $1000 당 금메달 갯수를 계산해 보자.

 

        1인당 GDP$

2

중국 32 17 14 63 29.091 1 1100

28

에티오피아 2 3 2 7 21.978 2 91

12

우크라이나 9 5 9 23 9.2308 3 975

3

러시아 27 27 38 92 8.9227 4 3026

34

우즈베키스탄 2 1 2 5 5.9172 5 338

49

짐바브웨 1 1 1 3 5.2632 6 190

11

쿠바 9 7 11 27 3.2585 7 2762

14

루마니아 8 5 6 19 3.1373 8 2550

32

그루지아 2 2 0 4 2.5974 9 770

41

케냐 1 4 2 7 2.2523 10 444

1

미국 35 39 29 103 0.9479 20 36924

9

대한민국 9 12 9 30 0.8138 23 11059

4

호주 17 16 16 49 0.6409 26 26525

6

독일 14 16 18 48 0.4805 31 29137

5

일본 16 9 12 37 0.4731 32 33819

8

이탈리아 10 11 11 32 0.3917 35 25527

7

프랑스 11 9 13 33 0.3764 37 29222

10

영국 9 9 12 30 0.2965 39 30355

 

이것은 1인당 GDP이므로 이미 인구 개념은 반영된 것이다. 중국이 놀랍다. 소득 $1100밖에 안되는 나라가 금메달 32개로, 소득 $1000당 29개의 금메달을 딴 것이다. 기존 3위의 러시아는 소득 반영에도 4위로 비슷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놀랍지 않은가? 연간 1인당 GDP $91로 금메달을 2개나 땄다. 특히 동유럽을 포함한 (전/현)사회주의 국가들이 많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금메달만 메달은 아니다. 금(4), 은(2), 동(1)의 가중치를 넣고, 소득을 넣으면,

 

        1인당 GDP$

28

에티오피아 2 3 2 7 175.82 1 91

2

중국 32 17 14 63 160 2 1100

3

러시아 27 27 38 92 66.094 3 3026

12

우크라이나 9 5 9 23 56.41 4 975

49

짐바브웨 1 1 1 3 36.842 5 190

34

우즈베키스탄 2 1 2 5 35.503 6 338

41

케냐 1 4 2 7 31.532 7 444

11

쿠바 9 7 11 27 22.085 8 2762

14

루마니아 8 5 6 19 18.824 9 2550

58

북한 0 4 1 5 18.219 10 494

1

미국 35 39 29 103 6.6894 22 36924

9

대한민국 9 12 9 30 6.2393 24 11059

4

호주 17 16 16 49 4.3732 29 26525

6

독일 14 16 18 48 3.638 32 29137

8

이탈리아 10 11 11 32 2.8597 37 25527

5

일본 16 9 12 37 2.7795 38 33819

7

프랑스 11 9 13 33 2.5666 39 29222

10

영국 9 9 12 30 2.1743 42 30355

 

기형적으로 금메달만 많이 딴 중국은 원래 순위인 2위로 내려 앉고, 에디오피아가 1등으로 올라갔다. 또한 금메달이 없어 기존 순위 58위에 머물던 북한이 드디어 10위로 올라섰다. 미국은 소득에 비해 $1000당 겨우 1개 정도의 금메달로, 은/동을 고려한 전체 순위는 22위, 대한민국은 24위에 머물렀다.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를 제외한 모든 1-10위 나라는 20-42위 사이로 쳐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은/동의 숫자, 인구, 소득 등을 종합 고려한 이재용 지수를 발표한다. (물론 소득은 1인당 GDP여서 이미 인구의 개념이 들어가 있지만, 이것은 순수하게 경제 수준을 반영한다고 보자)

 

이재용 지수 = 인구 천만명당 동메달 숫자 + 소득 $1000당 동메달 숫자

 

1. 메달을 하나라도 딴 나라는 총 75개국이다.

2. 여기서 금메달은 동메달 4개, 은메달은 동메달 2개로 환산한다

3. 인구 천만명당 동메달 숫자의 75개국 평균은 16.34개, 편차 23.581이다.

4. 소득 $1000당 동메달 숫자의 75개국 평균은 11.22개, 편차 28.692이다.

5. 두 지표는 가중치 없이 단순 합산했다. 가중치가 있어야 더 엄밀해 보일텐데...

 

    총점 인구 소득 이재용지수 순위
28 에티오피아 2 3 2 7 16 67851281 91 178.18 1
52 바하마 1 0 1 2 5 299697 14462 167.18 2
2 중국 32 17 14 63 176 1298847624 1100 161.36 3
46 스와질란드 1 1 3 5 9 1169241 1653 82.42 4
3 러시아 27 27 38 92 200 143782338 3026 80.00 5
11 쿠바 9 7 11 27 61 11308764 2762 76.03 6
12 우크라이나 9 5 9 23 55 47732079 975 67.93 7
4 호주 17 16 16 49 116 19913144 26525 62.63 8
13 헝가리 8 6 3 17 47 10032375 8384 52.45 9
34 자메이카 2 1 2 5 12 2713130 2802 48.51 10
9 대한민국 9 12 9 30 69 48598175 11059 20.44 32
6 독일 14 16 18 48 106 82424609 29137 16.50 35
8 이탈리아 10 11 11 32 73 58057477 25527 15.43 37
1 미국 35 39 29 103 247 293027571 36924 15.12 39
7 프랑스 11 9 13 33 75 60424213 29222 14.98 40
10 영국 9 9 12 30 66 60270708 30355 13.12 41
5 일본 16 9 12 37 94 127333002 33819 10.16 46

 

대한민국은 32위이고, 북한이 오히려 30위다.

 

소득 $91로 메달을 7개나 딴 에티오피아나 30만도 안되는 인구로 금/동의 메달을 딴 바하마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제 더 이상 올림픽은 잘 사는 나라나 인구 많은 나라의 잔치가 아니다.

--------

류덕현 댓글

1. 재용이의 데이터를 가공하고 해석하는 것이 왠만한 경제연구소 연구원들이나 이른바 메이져언론이라고 하는 일간지 기자들보다 더 훌륭하다. 

 

2. 재용이가 하고자 한 것은 올림픽메달획득과 국가의 힘('국력')간의 상관성(corelation)을 찾고자 하는 것인 것 같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간택된 변수가 '인구'와 '경제적 소득'이다. 이 두 개의 변수를 통해 올림픽의 '새로운' 랭킹을 만들었다.  그래서 에디오피아가 새로운 1등이고 그리고 중국이 2등 그리고 기타 등등... 그래서 결론은 '올림픽은 부자나 쪽수가 많은 나라들의 잔치가 아니다'라는 것..

 

하지만....

 

3. 아쉬운 점은 새로운 '이재용 지수'가  올림픽에서 국가간 메달 획득 성과(performance)를  설명해주는 원인은 무엇인가라는 이른바 인과성(causation or causality)을 찾는 질문에는 답을 못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견 기존의 '부자나라 혹은 강대국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 혹은 많은 메달을 획득했다'라는 전통적인 설명을 부정하는 결론을 도출했지만 그 배경논리는 단순상관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구와 소득은 서로 상관성이 많은 변수들이라 이재용지수에서는 소득과 인구의 상관계수를 차감해서 계산해야 마땅하다). 실제 경제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분석한 학술논문이 있다.  아래 논문에서는 GDP가 가장 설명력이 크고 인구와 1인당 GDP는 서로 비슷한 설명력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단순상관성만 강조되다 보면 올림픽은 더 이상 부자들만의 잔치가 아니다라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겠지만 인과성을 분석하다보면 역시 올림픽은 부자들의 잔치다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 관심있는 사람들은 다음의 논문을 참조하길 바란다. 한국의 신문에서도 요즘 많이 언급되던 그 논문이다. 

 

Busse and Bernard (2002), Who Wins the Olympic Games: Economic Resources and Medal Totals,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http://mba.tuck.dartmouth.edu/pages/faculty/andrew.bernard/olymp60restat_finaljournalversion.pdf

 

4. 그리고 이재용은 계량경제학(Econometrics)을 좀 더 공부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혼자서 독학으로 그 단계까지 도달한 것을 보니 체계적으로 학습하면 상당히 훌륭해질 것 같다.  아주 탁월한 자질이 보인다.  정성적(Qualitative) 혹은 정량적(Quantitative)인 분석문제에서 경제학도인 나보다 더 훌륭한 아리랑 사람들 때문에 바짝 긴장된다.

 

가락시장통에서 덕현

 

 

* 이재용지수에서 사족을 좀 달면

 

1. 가중치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좀 생각하면..  normalized 올림픽메달수를 1인당 GDP, 인구수 등으으로 회귀분석하여 얻어진 계수로써 기여도를 구한 다음 이것을 근사하여(approximation)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단순하게 1 혹은 1/2 은 좀 그렇다.

 

2. 이재용지수는 산술평균인데 가중평균이 더 합당할 것 같구.. 그리고 합해진 지수의 평균과 표준편차도 보고해야 더 신뢰성이 있을 것 같다.

---------

김이식 댓글

굳이 '나역시 할일없음'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일을 감행하면...

류박사의 주장에 약간의 오해가 있다는 주제로 시작해본다. (간만의 이재용의 노작이라 이대로 뉴스꺼리에서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없는 스캔들이라도 만들어야 겠다는 의무감이 밀려온다.)

 

1.

이석사의 의도는

'올림픽메달획득과 국가의 힘('국력')간의 상관성(corelation)을 찾고자 하는 것인 것'

이 아니라,

 

'올림픽 메달 획득을 국력의 편차를 없애도록 Normalized 점수화 하려는 것-올림픽 메달 획득에서 선수가 노력한 부분만을 수치화하면 어떻게 될까'이다.

 

여기에서 가장 노력한 부분은 '국력'이라는 것을 어떻게 계수화 할 것이냐는 것이다. 즉 어떤 변수들과 가중치가 가장 국력을 스코링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어떤 것을 노말라이즈 할 것인가 이다) 

 

 

1단계 : 국력을 스코링한다.

2단계 : 올림픽 메달 수를 수치화된 국력으로 Normalize 한다.(간단히 보면 나눈다.)

(준비단계로 올림픽 금은동 메달 수를 이용한 스코링 부분이 있으나 그리 공력을 투입안했으므로 간단히 넘어가자.)

 

2.

따라서, 만일 올림픽 메달 수의 점수를 국력과 관련된 변수로 설명하려고 했다면, 메달 점수를 메달과 관련 있는 국력점수로 normalize하면(실제 메달수/국력으로 예측한 메달수) 모두 같은 값(1에 근사한 값)이 나와서 순위를 만드는 것이 의미가 없어진다.

 

달리 말하면 만들어진 식에 값만 대입하면, 바로 메달수 예측이 가능해진다 는 거다.

 

이렇게 메달 수는 국력과 관련이 있는 많은 것으로 상관관계가 설명될 수 있다.(즉 예측가능하다)는 것은 이석사가 의도했던 국력과 상관없이 '노력한 부분이 무엇인가' 만으로 가치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이재용지수의 의도와는 다른 것이다.

 

 

 

으하하.. 나도 제안서 써야하는데 쓰기는 싫고 밍기적 거리고 있다.

이재용 노작에 대한 예우로 좀 부족한 면이 있지만, 오늘중으로 제안서 써야한다.T_T


'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성이 흘리는 눈물  (0) 2012.08.06
기억하시는가? 불멸의 게임 Prince of Persia!  (0) 2012.08.06
민요연구회 음반[펌]  (1) 2012.08.06
대학우수창작극 대본선  (0) 2012.08.06
아리랑 소식  (0) 2012.08.06

민요연구회 음반[펌]

2012. 8. 6. 20:24 | Posted by 이 재용

http://blog.ohmynews.com/bulimun/300418

민요연구회 음반 1~7집 및 민요선곡1집
민중가요 & 음반 | 2009/10/01 13:03 不二

민중가요를 소개한다 시작해놓고 한동안 손을 놓았슴니다.
바빠서 그렇게 되었다고 잠간의 핑계를 해봄니다.

오늘은 민요연구회 음반을 소개할까 합니다.

"문예운동을 보면, 70년대에는 주로 탈춤운동이었습니다.
탈춤운동을 하면서 여러 고민들이 진행되고 그 고민이 연극 쪽으로 옮아가면서 임진택 씨 등이 중심이 된 마당극 형식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70년대 말에는 민요운동(노래운동을 포함한)으로 맥이 이어졌습니다.
마당극을 하던 사람들이 연행자와 관객을 하나로 이어 줄 매체를 연구하다보니 선창과 후창 등의 민요양식을 사용하게 되었고 마당극의 흐름과 노래운동의 흐름이 만나 민요에 대한 고민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서 울대 민요연구회를 필두로 대학가 민요연구회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민족시인, 음악가, 연극연출가, 미술가 등 민족민중 예술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풀(pool)장’과 같은 공간으로서의 민요연구회가 86년 4월 발족되었슴니다" - 민음협 전통음악위원회 김상철 위원장

포크를 중심으로 한 노래써클의 발전으로 이루어진 노래운동과는 달리, 풍물운동처럼 마당극을 중심으로 한 연행예술운동의 발전과정 에서 만들어진 민요연구회는 당시 전통민요 보급으로부터 창작민요 창작까지 활발한 활동을 한 단체 입니다.
이러한 민요운동의 시작은 기존 노래패에서는 적극적이지 못했던 국악과 민요의 진보적, 민중가요적 계승에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큰 성과를 남겼슴니다.
그러나, 대중의 자생적인 민중가요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 않았으므로, 민요의 적극적 계승은 쉽게 대중화되지 않았으며, 민중가요가 점점 대중화됨에 따라 아이러니칼하게도 민요운동의 세는 점점 약해졌슴니다.

이 민요연구회에서 제작한 음반을 소개합니다.
위 글에도 있지만 민중가요가 점점 대중화 되면서 민요운동은 점점 약해져 가는것은 사실입니다,
민중가요가 2000년대 넘어 와서 활동이 둔해지기 시작했다면 민요운동은 민음연이 89년에, 민음협이 90년에 만들어졌습니다만 90년대 중반이후에 민중가요 세계에서 크게 눈에 띨만한 활동이 없는것은 사실입니다.

음반 소개에 들어가기 전에 민요연구회 음반 몇집 이다는 것은 제가 아는 범위 내에 정해서 별 의미가 없슴니다
음반에도 몇집이다는 설명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음반에 대한 기록을 정리한 자료를 제가 못 보았는것도 있슴니다(여기 소개한것 말고 민요연구회에서 만든 음반이 더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여기까지가 제 한계입니다).
또한 설명하는 말중에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 들어가는데,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니까 틀릴 수 도 있슴니다, 지적 바람니다.

먼저 1집은 확실합니다.
다만 민요연구회 1집이 민요모음 1집이 있고 민요선곡 1집이 있는데 제가 알고 있기로는 민요모음 1집이 먼저 나오고 민요선곡 1집은 한참 뒤에 나온것으로 알고 있슴니다.
민요선곡 1집 음반에 나온 노래들은 한참 뒤에 창작된 민요들이 포함되어있는것으로 말입니다.
민요연구회 민요모음 1집 음반의 타이틀은 "민족의 노래"입니다
노래 목록을 보면 아래와 같슴니다.

앞면
1. 석탄가
2. 상주모심기 소리
3. 나주들내기 소리
4. 둥당에덩
5. 등짐소리
6. 이야홍타령
7. 뱃노래


뒷면
1. 비타령
2. 풍구타령
3. 벼베는 산야
4. 띵까 띵끼 예예예
5. 나니가
6. 사랑가
7. 노새소리
8. 강강술래

80년대 중, 후반에 동아리방에서 많이 불렀던 "석탄가" 며 "둥당에 덩(둥당에 타령)"등 귀에 익은 민초들의 노래,
노동민요등이 많이 나옴니다
개인적으로는 막걸리 마시며 불렀던 둥당에 타령이 기억에 많이 남슴니다.

#. 둥당에 덩(둥당에 타령)
<자진모리>
뒷소리) 둥당덩 둥당덩 덩기둥당에 둥당덩 둥당에디야 둥당에디야 덩기둥당에 둥당덩

앞소리)
1. 솜버신 솜버신 왹양목에 솜버신 시엄씨 줄라고 해다가 놨더니 어느나 년이 다 둘러 갔네
덩기둥당에 둥당덩
2. 솜버신 솜버신 왹양목에 솜버신 신을 줄 모르면 남이나 주지 신었다 벗었다 부싯짐 만든다
덩기둥당에 둥당덩

<굿거리>
3. 날씨가 좋아서 빨래를 갔더니만 모진 놈 만나서 돌 베개 베었네 덩기둥당에 둥당덩
4. 날씨가 좋아서 나무를 갔더니만 모진 년 만나서 무르팍 깨졌네 덩기둥당에 둥당덩

#. 석탄가
에헤야 데헤야 어여라난다 뒤여라 해방의 불길이 타오른다

1. 석탄 백탄 타는데 연기가 펄펄 나구요
이내 가슴 타는데 연기도 김도 안나네

2. 서울 장안 타는데 한강수로 끄련만
이내 가슴 타는데 무엇으로 끄려나

3. 왜놈의 지원병 죽으면 개떼죽음이 되구요
광복군이 죽으면 독립의 열사가 되누나

민요연구회 2집의 음반 표지는 모름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도 안나고, 가지고 있지 않지만 알려져 있는게 있어서 올려 봄니다.
앞면은 학생액맥이 타령 빼고 기존 기존 민요이고 뒷면은 거의 새로이 창작된 노래들로 구성되어있슴니다.
뒷면의 "저 놀부 두손에 떡들고", "누나의 얼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모두 여기 모였구나", "천리길"등은 아직도 한번씩 불려 짐니다.

앞면
1. 학생 액맥이 타령
2. 에야디야
3. 이어도 사나
4. 진도 아리랑
5. 징금이 타령
6. 사랑타령
7. 개고리 타령
8. 아리랑 타령
9. 우리 것이다
10. 진도 각설이
11. 돌아가리라
12. 새야 새야

뒷면
1. 사랑하리
2. 돼지부랄
3.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
4. 소
5. 저 놀부 두손에 떡들고
6. 누나의 얼굴
7. 찔레꽃
8. 뺏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9. 모두 여기 모였구나
10. 천리길

민요연구회 3집은 "고사반" 입니다 앞면 전체가 고사반으로 녹음 되어있슴니다
여기서는부터는 창작이 많이 나옴니다
창작 민요 운동이 느껴 짐니다.
광주천도 나오고, 나중일이지만 정태춘씨가 광주천을 아주 잘 불렀다고 전에 어느글(이영미씨 글)에서 보았는데 실제 들어본 사람은 별로 없을것으로 생각됨니다(정태춘씨는 다른 사람의 노래는 잘 안 부름니다)
제가 정태춘씨의 광주천을 올려 봄니다, 한번 들어 보세요(설마 저작권법에 걸리는것은 아니겠지요).

#. 정태춘 - 청개구리홀 공연(Play 눌러야 음악 나옴)
#. 89년 인가 정태춘씨가 "누런 송아지" 공연이후 지금은 전해지지 않지만 풍자적인 노래를 많이 불렀슴니다.
그리고 "떠다니냐", "화살"은 민요인듯 아닌듯(물론 민요) 하면서 노래에 점차 힘이 들어 감니다.
특히 화살은 짧고 간결한 가사에 비장함이 묻어 남니다.

앞면
1. 고사반(하종오 시 고사반 원용)

뒷면
1. 엉겅퀴야
2. 모를 심자
3. 수장드리
4. 떵기덕 뚝딱
5. 일과 놀이
6. 미운 누렁이
7. 님의 꽃
8. 비야 비야
9. 광주천
10. 그리움 가는 길 어디메쯤
11. 떠다니냐
12. 화살


민요연구회 4집은 "첫새벽" 입니다.
다행이 이 음반 앞면에는 "민요연구회 Ⅳ"라고 되어있어서 4집입니다.
노래들을 보면 그당시의 민중가요와 섞여 있는데 아마 그당시 음반들의 어느정도 특징이아닌가 싶슴니다.
"노동의 새벽", "의연한 산하", "불나비", "작업자 타령"등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앞면
1. 노래 (기악)
2. 자유여
3. 미싱을 타고
4. 노동의 새벽
5. 노동자의 생활
6. 벌레처럼 살아도
7. 노동해방가
8. 의연한 산하


뒷면
1. 노래
2. 살아온 이야기
3. 석양
4. 작업장 타령
5. 불나비
6. 떠다니냐
7. 진달래야
8. 밥 자유 평등 평화
9. 돌아라 미싱아

민요연구회 5집은 "남도의 비" 입니다.
아마 5, 6집은 89년 전후로 음반이 나오지 않았는가 기억이 됨니다.
당시 기억하기로는 5집, 6집을 살려니 그렇고 해서 90분 짜리 테잎으로 앞뒤 복사 하다보니 음반이 이상하게 되었슴니다.






1. 남도의 비
2. 북녘천리
3. 고향생각
4. 방아야
5. 남한강
6. 장돌림
7. 바람가
8. 빈쇠전
9. 어기야디야
10. 모여드세
11. 빈산
12. 잠들지 않는 남도
13. 동학농민가
14. 여공일기
15. 누이의 서신
16. 솔아 푸르른 솔아
17. 동지

민요연구회 6집은 "통일세상" 입니다.
이 당시가 통일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슈화 되었던 때가 아닌가 합니다.
자 료를 찾아보니 임진강 뱃사공 노래는 88년 여름에 발표했다 합니다. "88년은 아시다시피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라는 구호를 걸고 남북학생대회를 성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던 때입니다. 총학생회에서 행진 때 부를 만한 통일내용의 노래가 필요하다고 요구를 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말고는 통일의 내용을 담은 이렇다 할만 한 노래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때 ‘임진강 뱃사공’, ‘남북누리’등 노래 7, 8곡을 발표했습니다" - 민음협 전통음악위원회 김상철 위원장.

임진강 뱃사공 노래에 대해 김상철님의 이야기를 좀더 들어보면 가슴이 아픔니다.
‘임진강 뱃사공’은 당시 민요연구회 고문으로 계시던 백기완 선생님이 구술하신 내용을 민요연구회 회원이었던 조용호, 지금은 세계일보 기자인데 그 사람이 가사로 정리하고 제가 곡을 붙였습니다. 백기완 선생님이 입원중이라 위문을 갔다가 3대에 걸친 민족적 비극을 이야기로 듣고 노래를 만들게 된 거죠.
일제시대 임진강 뱃사공의 배에 왜경과 그가 체포한 독립군이 함께 탔습니다. 독립군은 포박 당한 상태였고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송되는 중이었죠. 저항할 수도 없이 완전히 포박 당한 사람을 자꾸 심하게 구타하는 것을 보고 뱃사공이 왜경에게 거세게 항의를 했고 결국 왜경을 강에 빠뜨리고 독립군과 함께 만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노래 가사 중 “내 땅에 내 동포들 구하러 떠났네”가 그런 내용을 담은 부분입니다.
뱃사공이 만주로 떠난 후 영감의 생사를 모르는 아내는 뱃일을 하며 영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남편을 만나려면 그 곳을 떠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여 38선이 갈라지고 내쫓길 상황에서도 끝까지 그 곳에서 자리를 지키면서 저항했습니다. 이 당시 저항하는 민중들에게 미군은 총을 쏘았습니다. “피묻은 치맛자락 철조망에 휘날리네”는 그런 아낙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죠.
이런 어머니의 모습을 그의 아들, 딸이 보고 자랐습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찾아 북으로 가고 딸은 아버지와 오빠를 기다리며 고향에서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딸이 미군에 의해 강간을 당합니다. 그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칼을 품고 다니다가 미군을 죽이게 되고 결국 체포됩니다. 이 후 행방을 찾을 수 없었는데 얼마 후 미군 막사 철책에 딸의 옷가지가 내 걸렸습니다.
사실 이 노래의 가사는 미완입니다. 아들과 딸에 대한 이야기는 없으니까요".

참으로 가슴아픈 이야기 입니다.

위에서 이야기 했듯이 복사된 테잎을 들어보고 노래 목록을 적다보니 중간 중간에 제목을 모르는 노래가 있슴니다.
몇번을 들어보면 알듯, 알듯 한데, 아직 모르겟슴니다.
또한 노래 몇곡의 노래는 누락되지 않았는가 싶슴니다.
노래중에 액맥이 타령은 오래된 노래인데 80년대 중반에 많이 불렀슴니다.

1. 임진강 뱃사공
2. 낭송
3. ?
4. ?
5. 통일세상
6. ?
7. 아리랑
8. ?
9. ?
10. ?
11. 해방조선 만만세
12. 방아야
13. 액맥이 타령
14. 낭송(해야솟아라)
15. 쾌지나 칭칭 나네

임진강 뱃사공

임진강 뱃사공 치떨린 노여움
도둑맞은 내나라 찾으러 가려네
이 땅이 내 나란데 뉘라서 짓밟는고
내 땅에 내 동포들 구하러 떠났네
이제나 저제나 해방만 기다리고

임진강변 아낙네 목메인 그리움
오늘만 넘어가면 우리영감 오련만은
남북으로 갈라진 해방이 웬말인고
밀려가네 떠나가네 남녘땅 머나먼 길
철조망 부여잡고 기다리는 이 내 신세

원통한 아낙네 한 맺힌 통곡소리
물러나라 돌아가라 니놈 땅에 돌아가라
북녘땅 우리영감 내 발로 만나리라
못 간다 물렀거라 쏟아지는 총소리
피 묻은 치맛자락 철조망에 휘날리네
임진강에 뿌린 눈물 남북으로 오고가네
세월이 흘러가네 남북으로 흘러가네
흘러가네 흘러가네 흘러 흘러 흘러가네

민요연구회 7집은 "노동아리랑" 입니다.
전체 적으로 노동민요의 느낌도 들고 합니다
노래중에 "촌여자덜은 귀퉁신신세랑께"라는 노래가 있는데 전반부는 창을 하듯이 늘어지다가 후반부는 빠른 탬포로 이어가는데 가만이 들어보면 도시 여인내가 모르는 촌 여인내의 아픔이 느껴 짐니다.



앞면
1. 통일굿 액맥이
2. 이어도 사나
3. 오빠의 편지
4. 기계타령
5. 흥게방게 타령
6. 찐득이
7. 일꾼세상
8. 노동자 아리랑
9. 배치기

뒷면
1. 촌여자덜은 귀퉁신신세랑께
2. 담바귀타령
3. 실실동풍가
4. 도움소.에히용
5. 살구데
6. 농부가
7. 질꼬내기
8. 술비소리

촌여자 귀통 신세랑께

사람이 한 평생 살다보면 은 일도 있고 좋을 일도 있으련만
고생스럽게 살다본께 무덤덤하구먼
촌에서 태어나 촌으로 시집와 가난이야 이력이 났지만
고생은 징그럽게 혔어

농사가 안되면 않되서 걱정,
농사가 장되면 제 값을 못받으니 걱정
정성들여 키운소 개 값으로 팔려가고
돼지새끼 키워서 구덩이에 파묻고
자식들이 병이나도 병원 한 번 못가보네
아이들이 자라면 가르칠일 걱정이네
세상 좋아졌다지만 느는 것은 빚뿐이네
일을 하면 노력하면 느는 것은 빚뿐이네
느는 것은 빚뿐이네

민요연구회 민요선곡1집은 "진달래야" 입니다
음반을 보면 분명 민요연구회 가 맞는데 잘 모르겠슴니다
음반 나온지가 벌써 20년 정도되니 아는 사람도 없을것이고
다만 노래 목록을 보면 이전에 나온 음반의 노래들을재 편집 한 노래,
글자 그대로 이전에 나왔던 민요연구회의 "민요를 선곡"해서 만들었는 느낌이 듬니다.








앞면
1. 진달래야
2. 남도의 비
3. 광주천
4.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5. 우리것이다
6. 어머니 눈물
7. 임진강 뱃사공
8. 통일 비나리
9. 통일세상
10. 아리랑
11. 액맥이 타령

뒷면
1. 에야디야
2. 이어도 사나
3. 진도아리랑
4. 징금이타령
5. 사랑타령
6. 개고리 타령
7. 아리랑 타령
8. 농부가
9. 술비소리
10. 들내기소리
11. 뱃노래
12. 사랑가

'신변잡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억하시는가? 불멸의 게임 Prince of Persia!  (0) 2012.08.06
내가 정하는 올림픽 순위  (0) 2012.08.06
대학우수창작극 대본선  (0) 2012.08.06
아리랑 소식  (0) 2012.08.06
아버지는 어디 계실까?  (0) 2012.08.06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