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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주도 병원 디자인

2014. 2. 3. 02:15 | Posted by 이 재용
세계보건기구의 2000년 보고서에 보면 미국과 쿠바는 의료 서비스의 품질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미국 37위, 쿠바 39위). 두 나라의 기대 수명도 거의 비슷하고 영아 사망률은 오히려 쿠바가 훨씬 낮다. 그러나 의료 비용은 세계에서 미국이 가장 높고 쿠바는 가장 낮다.(세계에서 118번째). 2008년 미국 1인당 국민 소득은 4만5천달러였고, 쿠바는 5천5백달러였다. p20 린 주도 병원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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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환자의 흐름에 따라서 기능적인 차이가 있는 이 공간들을 표준화하고 동일 장소에 배치함으로써 낮 동안에는 수술준비실과 회복실로, 밤 동안에는 응급진료실로 이중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 이러한 조치는 면적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수용력을 86퍼센트 증가시켰고, ... p 40 from 린 주도 병원 디자인
  • 이재용 큰 병원에 밤에 가보면 응급실은 미어 터지고, 바로 옆의 외래 접수 공간 같은 곳은 개미 하나 없이 횡한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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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주도 병원 디자인
Lean-Led Hospital Design
미래를 내다보는 효율적인 병원 만들기
나이다 그룬덴, 찰스 헤굿 지음

책의 표지나 내부 디자인을 보면 1980년대에 출판된 책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2013년 6월에 출간된 책이다. (영어책은 2012년에 나왔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요즘 유행하는 "린스타트업 + 병원 서비스 디자인"인가 싶어, 인기 있는 주제를 잘 결합했군, 하고 생각했지만, 실제 내용을 읽어 보면, 최신의 인기 아이템 두 가지를 얼른 합한 것이 아니고, 아주 오래전부터 이 분야에서 고민하던 내용을 서술했는데, 마침 이 두 가지 요소를 갖고 있었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린 부분도 린스타트업의 기본 정신과는 같지만, 약간 다르고, 병원 디자인도 서비스 디자인과 통하는 부분이 많지만 정확히 서비스 디자인은 아니다. 이런 저런 선입관은 버려 두고, 저자가 하려는 이야기에 몰두해 보았다.

이 책 p5에서 '린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면서, 기본적으로 린은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과 사람에 대한 존중, 이 두 가지 원리에 기반한 경영 철학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 사람 : 환자와 의료진, 직원들을 존중
2. 프로세스 : '쓸데없는 낭비 제거'를 목적으로 지속적인 프로세스 혁신
3. 디자인 : 프로세스 혁신은 효율적인 디자인으로!

린 주도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가능한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환자 중심의 물리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안저낳고, 효율적이고, 낭비가 없는 운영 프로세스를 규명, 개발 및 통합하는데 중점을 두는 의료 서비스 건축 디자인에 대한 체계적인 접근법이다. p19 

예를 들면 기존 병원 공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하자. 이럴 경우 린 주도 디자인은 우선 병원의 공간과 그 안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정말 효율적이 될 수 있도록 공간을 재배치하거나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불필요한 증축이나 재공사를 막는다.

환자의 흐름에 따라서 기능적인 차이가 있는 이 공간들을 표준화하고 동일 장소에 배치함으로써 낮 동안에는 수술준비실과 회복실로, 밤 동안에는 응급진료실로 이중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 이러한 조치는 면적을 늘리지 않으면서도 수용력을 86퍼센트 증가시켰고, ... p 40 from 린 주도 병원 디자인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병원의 시설이 마치 의료 서비스의 수준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2000년 보고서에 보면 미국과 쿠바는 의료 서비스의 품질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미국 37위, 쿠바 39위). 두 나라의 기대 수명도 거의 비슷하고 영아 사망률은 오히려 쿠바가 훨씬 낮다. 그러나 의료 비용은 세계에서 미국이 가장 높고 쿠바는 가장 낮다.(세계에서 118번째). 2008년 미국 1인당 국민 소득은 4만5천달러였고, 쿠바는 5천5백달러였다. p20 린 주도 병원 디자인

기존 건물을 재건축하거나 신축하려면, 그 비용을 먼저 사람에게, 프로세스 개선에 투자하고, 절말 신축이 필요하다면 건축가들과 병원 의료진이 함께 신축 병원을 설계하라고 조언하며, 책에서는 그에 다른 다양한 방법과 사례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일들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는, 새로운 병원을 짓기 직전이다. 그러나 병원이 이미 지어졌다고 해서 늦은 것은 아니다. 제 4장 "너무 늦은 건 아닐까"에서 병원이 다 지어지고 입주를 하는 시기에서도 다양한 린 주도 디자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린에 관해서 전문가들의 토론을 듣다보면, 언제나 린 프로세스는 기존 프로세스를 충분히 숙련한 사람이 해야만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곧 고개를 끄덕이며 숙응하면서도(내 자신의 경험도 그랬으니까) 반면 반대로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더 쉽지 않을까하는 의문도 동시에 품고 있었다.

이 책 80p에서는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완전히 신축 병원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모아 병원 운영을 할 때, 린프로세스를 도입하면 오히려 쉽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린 철학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더 쉽습니다. 무엇인가를 무효화시키거나 원상태로 돌릴 일이 업으니까요. 함께 시작하면서 이 시설을 운영하는데 사용하게 된 공통적인원리가 있다는 말만 하면 됩니다. 린은 대단히 합리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곧 린의 의식과 단순성에 들뜨게 됩니다. 기존의 상황과 싸우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주 신나는 일이죠. p80

전형적인 건축 디자인의 경우, 언제나 레이아웃이 프로세스를 만든다. 그러나 실제로는 프로세스에 따라 레이아웃을 만들어야 한다. 이 당연한 일이, 병원 전체의 구역을 정하고, 방을 배정하는 커다란 설게에서부터, 작은 약장이나 캐비넷을 정리하는 일까지 지켜지지 않는다.

린 전문가인 버그밀러 박사는 간호사들에게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에 따라서가 아니라, "당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따라서 공급품을 정리하라고 주문한다.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하루 사용량은 얼마인가? ... 통은 얼마나 커야 하나 ...  "무엇이"가 결정된 후에는 "어디에"가 결정된다. p88

아... 모든 줄에 밑줄을 긋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지금도 이런 식으로 최적화하고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체계적이라기 보단 우연한 발견에 따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린 주도 디자인은 빨리 도입하면 할 수록 좋다.
제 5장에서는, 완성된 프로세스가 있고 그것을 개선하는데 린을 도임해야한다는 선입견과 달리, 최초 설계부터 도입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특히 '전과'와 '퇴원'을 다루는데, 피엑스디의 컨설팅에서도 단골로 나타나는, '퇴원'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퇴원'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있게 다루고 있다. 즉,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여러 가지 용어가,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다양하고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다. 109 페이지에는 미국 한 병원에 린 프로세스가 도입된 경우를 설명한다. 이들은 '퇴원 수속 시간'을 의사의 퇴원 명령에서부터 환자가 병원에서 나가는 때까지로 정했는데, 처음에는 퇴원 수속에 평균 324분(5시간 이상)이 걸렸다. 개선 첫 라운드에서 295분, 두 달 뒤에는 컨설턴트가 떠났지만 스태프들이 지속적으로 개선을 해서, 172분까지 줄었고, 2011년 2월에는 80분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제 시간에 퇴원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만족도는 상위 10%내에 들게 되고, 병원은 추가적인 병동 건축 없이도 더 많은 환자를 수용하고 있다.

외래환자 첫 수술의 42%만이 정시에 이루어지는 상황이 되자 사람들은 준비실을 더 늘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흐름을 조사해보자 접수에서 준비실까지 환자를 이동시키는데 90분이 소요된다는 것이 드러났다.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표준화하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매일 집계하고 이를 품질 개선 도구로 활용했다. 2년 후, 정시 시작률은 90%까지 치솟았다. 초과 근무는 1263시간 줄이면서, 리모델링이나 신축 없이 연간 100건의 외과 수술을 더 할 수 있게 되었다. p111

8장에서는 실물크기 모형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비스 디자인에서도 이러한 실물 크기 모형을 많이 강조하는데, 서울이라는 환경은 이런 면에서 다소 시도해 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병원은 복잡하다. 안정적인 프로세스를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끊임없이 개선되어야 한다. 이 책은 3년간 정리한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병원 서비스 개선에 있어서 공간 재건축이나 신축 없이도, 혹은 신축과 함께 엄청난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프로세스 개선으로 초과 근무는 줄어들고, 환자 만족도도 올라가고, 추가적인 투자 없이도 병원 수익이 올라가는 사례들을 이렇게 많이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방법을 도입하지 않아도 될 여유가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우리는 그럴 여유가 없다고 단언한다.


http://www.tncpe.org/Excellence2012/downloads/session_slides/C-3%20Lean%20Hospital%20Design.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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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야 반말

2013. 12. 26. 02:10 | Posted by 이 재용

50-60대 아저씨가 대뜸 젊은 여종업원에게 '언니야, 물수건 좀 가져온나'라고 말하면 내 동석자이든 옆테이블 낯선이든, 듣는 내가 기분이 나쁘다. 아무리 종업원이라도, 또 나이 차이가 확연히 나더라도, 반말을 쓰는 것도 안 좋은데, 거기다가 저 이상한 호칭까지 변태스럽다. 그러나 한 번도 입밖으로 그런 사람들을 비난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나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일때, 나는 내가 서른, 마흔이 되더라도, 어린 아이들을 만나면 절대 처음부터 반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존대말과 반말의 구분은 나이차이가 아니라 상대방의 허락으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때는 '권위'라면 몸서리치게 싫었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그 때 신념으로 삼은 것 중에 절대 직장 동료에게 반말하지 않기, 아내에게 반말하지 않기가 포함된다. 

직장 동료에게 / 아내에게 반말하지 않기는 지금까지 그럭저럭 지키고 있지만(물론 간혹 반말이 섞이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반말하지 않기는 전혀 지키지 못 하고 있다. 큰아들/작은아들의 친구를 만나면 처음부터 반말을 한다. 아주 초기에 한 두번 존대말을 해 봤는데, 말하는 나도, 듣는 아이도 너무 이상하고... 좀 변태스럽다. 20대 때에 간혹 아이들에게 존대말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40대에는 정말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포기했다. 포기와 동시에, 더 이상 50-60대 아저씨들의 '언니야' 반말도 비난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그 나이가 되면,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나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좋아요 ·  ·  · 2초 전 서울특별시 근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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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산타를 믿느냐?

2013. 12. 26. 01:55 | Posted by 이 재용

아빠는 산타를 믿느냐?

샤워를 하다가 큰아들이 물었다.(큰아들은 자기가 샤워할 때 내가 옆에 있어 대화 상대가 되어 주는 걸 매우 좋아한다) 아주 짧은 갈등 끝에, 나는 믿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오늘 아침에 선물이 와 있는 걸 어떻게 설명하느냐?고 다시 묻길래 또 잠깐 갈등 끝에,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고 얼버무렸다. 그랬더니 아들은 나에게 예를 들어보라고 했다.

예를 들어 할머니는 가족이 다같이 식사하기 전에 기도하시면서 '이 모든 음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느냐? 아빠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부존재를 증명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 앞에는 음식이 있고, 할머니가 그 음식을 하나님이 주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랬더니 녀석은 종교 이야길 물었다.

아빠는 제가 종교가 있으면 좋겠어요?

너도 알다시피 아빠는 종교가 없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너는 네 인생이니까 네가 알아서 판단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아빠는 저보다 더 오래 살았으니까 더 많이 알거 아니예요?' '흠... 세상엔 더 오래 살아도, 더 많이 배워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예를 들면 종교 같은거' 그 때쯤 아들은 샤워를 끝냈다.

예전엔 아이가 생기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모조리 얘기해 주리라 믿었다. 예를 들어 산타 같은 환상을 갖게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종류의 사고 방식을 처음부터 갖지 않도록. 그런데 요즘은 되도록이면 자기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놔두려고 한다. 스스로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면서. 그러다보면 문제는, 때로는 내 신념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으니, 애매하게 얼버무리거나 괴변을 늘어놓게 된다.
좋아요 ·  ·  · 5분 전 서울특별시 근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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